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힌두교 최대성지 바투동굴

by 환희심(歡喜心) 2026. 2. 6.
반응형

 

[말레이시아/KL] 272개의 무지개 계단을 올라 신을 만나다, '바투 동굴(Batu Caves)'

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13km, 거대한 석회암 바위산이 위용을 드러낸다. 멀리서도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거대한 동상이 시선을 압도하는 곳, 바로 힌두교의 성지 '바투 동굴(Batu Caves)'이다. 인도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힌두교 성지로 알려져 있다. 매년 '타이푸삼(Thaipusam)' 축제 기간이 되면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이 고행을 자처하며 이곳으로 몰려든다.

 

🙏 압도적인 스케일, 무루간 신상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거대한 황금 동상이다. 힌두교의 전쟁과 승리의 신인 '무루간(Murugan)' 상인데, 높이가 무려 42.7m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무루간 신상이라고 한다. 그 거대함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젖혀지고 경외감이 든다.

 

🙏 무르간 신앙의 배경

 어느 날 지혜의 성자 나라다가 시바 신과 파르바티 여신이 있는 카일라쉬 산을 방문하여 '지혜의 열매(Gnana Pazham)'라고 불리는 특별한 황금 망고를 선물하였다. 이 망고는 나눌 경우 그 신성한 효력이 사라지기에 단 한 명만이 먹어야 했고, 부모는 두 아들인 무르간과 가네샤 중 누구에게 열매를 줄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시바 신은 "세상을 세 바퀴 먼저 돌고 돌아오는 자에게 망고를 주겠다"라는 시합을 제안하였다.

 준비된 전사였던 무르간은 즉시 자신의 탈것인 빠른 공작에 올라타 온 세상을 돌기 위해 번개처럼 날아갔다. 반면 몸집이 크고 이동 수단이 작은 쥐뿐이었던 가네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네샤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부모인 시바와 파르바티 주위를 정중하게 세 번 돌았다. 당황한 부모가 이유를 묻자, 가네샤는 "나에게 부모님은 온 우주와 같으므로, 부모님 주위를 도는 것이 곧 세상을 도는 것과 같다"라고 답하였다.

 부모는 가네샤의 깊은 지혜와 효심에 감동하여 망고를 그에게 주었다. 한참 뒤 전 세계를 돌고 당당하게 돌아온 무르간은 이미 형의 손에 들린 망고를 보고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에 크게 분노하였다. 상심한 무르간은 모든 권세를 버리고 남쪽의 팔라니 언덕으로 떠나 은둔하며 수행의 길을 걷게 되었다. 훗날 부모가 그를 찾아와 "네가 바로 그 지혜의 열매(Pazham Nee) 자체다"라고 위로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말레이시아와 인도에서 숭배받는 무르간 신앙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 천국으로 가는 272개의 계단

 신상 옆으로는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뻗어 있다. 바투 동굴의 시그니처인 '272개의 무지개 계단'이다. 272라는 숫자는 인간이 살면서 짓는 죄의 숫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그냥 투박한 계단이었는데, 몇 년 전 알록달록한 무지개색으로 칠해지면서 지금은 전 세계 인스타그래머들의 성지가 되었다.

 계단을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경사가 꽤 가파르고 날씨가 덥기 때문에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내 죄를 씻는다"는 마음으로(혹은 "인생샷을 건지겠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닿는다. 뒤를 돌아보면 쿠알라룸푸르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 계단의 주인, 원숭이 군단

 계단을 오를 때 주의해야 할 녀석들이 있다. 바로 야생 원숭이들이다. 이곳의 원숭이들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관광객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나 물병, 먹거리를 낚아채는 솜씨가 소매치기 수준이다. 귀엽다고 가까이 가거나 먹을 것을 보여주면 순식간에 포위될 수 있으니 소지품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 신비로운 동굴 사원 (Temple Cave)

계단을 다 오르면 메인 동굴인 '사원 동굴(Temple Cave)'이 나타난다. 천장이 뻥 뚫려 있어 자연광이 신비롭게 쏟아져 들어온다. 약 4억 년 된 석회암 동굴의 태고적 신비와 힌두 사원의 알록달록한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굴 안쪽 깊숙한 곳에는 힌두 신들을 모신 사당이 있어 기도를 올리는 신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또 다른 볼거리

  • 라마야나 동굴 (Ramayana Cave): 입구 쪽에 있는 별도의 유료 동굴이다.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의 이야기를 화려한 디오라마로 꾸며놓았다. 입구의 녹색 하누만(원숭이 신) 동상이 인상적이다.
  • 다크 케이브 (Dark Cave): 자연 생태를 보존한 동굴로 가이드 투어로만 들어갈 수 있는데, 운영 여부가 불규칙하니 현지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 방문 팁

  1. 복장 규정: 종교 성지이므로 노출이 심한 옷은 입장이 제한된다.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었다면 입구에서 스카프(사롱)를 대여해서 다리를 가려야 한다.
  2. 방문 시간: 그늘이 거의 없어서 한낮에는 계단 오르기가 정말 힘들다. 가급적 이른 아침(오전 9시 이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위치: Gombak, 68100 Batu Caves, Selangor 🚇 가는 법: KL 센트럴 역에서 KTM Komuter를 타면 'Batu Caves' 역까지 한 번에 간다. (종점이라 편하다.)

 

행사 준비 중이어서 상점들이 많이 들어섰다. 

 

쓰레기통 주변엔 어김없이 원숭이들이.

 

바투 동굴 앞에 있는 가게에서 코코넛 음료를 마셨다. 

 

맛이 궁금해지는 두리안 화이트 커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