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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본 가을
몸을 낮추고 땅에 엎드리니
세상은 또 다른 얼굴을 내밀었다.
낮게 흐르는 바람의 속삭임,
풀잎 끝에 맺힌 햇살의 조각들,
작은 세상이 나를 품어준다.
흙내음 짙게 묻어나는 그 자리에서
가을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노란 잎사귀, 붉은 열매 하나,
바닥을 스치는 가을의 손길이
내게 말을 건넨다.
높이서 보지 못했던
가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엎드린 나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사소했던 것들이 커다란 세상처럼
나를 감싼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가장 작은 곳에서
가장 큰 가을을 본다.
엎드린 채, 가을의 숨결을 따라
마음도 더 깊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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